희석식 소주와 증류식 소주의 차이 그리고 일본 소추는 무엇?


같은 소주라는 이름을 달고 있어도 만드는 방식은 완전히 다릅니다.


이 글에서는 희석식 소주와 증류식 소주의 제조 공정 차이, 2013년 주세법 개정으로 두 구분이 사라진 경위, 그리고 같은 계통인 일본 소추가 어떻게 제도적으로 갈라져 있는지를 정리합니다.


마지막에는 병 뒷면에서 제조 방식을 확인하는 순서도 함께 다룹니다.


소주는 제조 방식에 따라 둘로 나뉜다

녹색 병에 담겨 편의점에서 파는 소주와, 도자기병이나 투명한 병에 담긴 고가 소주는 이름만 같을 뿐 만드는 과정이 다릅니다. 갈리는 지점은 증류 방식입니다.


구분희석식 소주증류식 소주
증류 방식연속식 증류단식 증류
출발 원료주정곡물로 빚은 술덧
원료의 풍미거의 남지 않음원료 향과 맛이 남음
가격대낮음높음
주세율72퍼센트72퍼센트


세율이 같다는 점이 뒤에서 다룰 제도 변화의 핵심 근거가 됩니다.


희석식 소주는 주정에서 시작한다

희석식 소주는 발효한 원료를 곧바로 병에 담는 술이 아닙니다.


먼저 주정을 만들고, 거기에 물과 감미료를 더해 도수와 맛을 맞추는 방식입니다.


주정이란 무엇인가

주정은 주세법상 별도의 주류 항목입니다.

전분이나 당분이 포함된 재료를 발효시켜 알코올분 85도 이상으로 증류한 것을 말합니다.


원료로는 타피오카나 당밀 같은 값싼 전분질 원료가 주로 쓰입니다.

연속식 증류기를 여러 번 통과하면서 에탄올 외의 성분이 거의 제거되므로, 주정 자체는 무색무취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원료가 무엇이었는지 맛으로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국내에서 제조된 주정은 전량 전매회사를 거쳐 유통됩니다.

개별 소주 제조사가 주정을 직접 만들어 쓰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왜 대중주가 되었나

1960년대 쌀 수급 문제로 쌀을 원료로 한 양조가 금지되면서 전통 방식의 증류식 소주는 명맥이 크게 끊겼습니다.

그 자리를 주정 기반의 희석식 소주가 채웠습니다.


이후 산업화 시기에 값싸고 깔끔한 술에 대한 수요가 이어지면서 대중주로 자리 잡았습니다.

지금 시중 소주 시장의 대부분은 이 방식입니다.


희석식 소주는 '주정+물+감미료'로 완성된다



증류식 소주는 술덧을 내린 술이다

증류식 소주는 곡물을 누룩이나 입국으로 당화시켜 발효한 술덧을 단식 증류기로 내린 술입니다.

원리로만 보면 맥주를 내려 위스키를 만들고 와인을 내려 브랜디를 만드는 것과 같은 구조입니다.


단식 증류기는 구조가 단순해 원료의 향미 성분이 함께 넘어옵니다.

쌀, 보리, 고구마 등 원료에 따라 맛이 확연히 달라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상압증류와 감압증류

같은 단식 증류라도 압력 조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상압증류는 대기압 상태에서 내려 구수하고 묵직한 향이 살아나고,

감압증류는 기압을 낮춰 낮은 온도에서 내려 가볍고 깔끔한 향이 남습니다.


최근 국내 제품은 감압증류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부담 없이 마시기 좋은 대신, 원료의 개성은 상압증류 쪽이 더 뚜렷합니다.


구리 단식 증류기와 스테인리스 연속식 증류탑



대표적인 제품군

안동소주, 문배주처럼 지역과 전통에 뿌리를 둔 제품이 있고, 현대적인 설비로 만든 프리미엄 제품군도 형성되어 있습니다. 가격대는 희석식 소주의 여러 배에 이릅니다.


주세법에서 두 소주의 구분이 사라진 이유

과거에는 주세법이 희석식 소주와 증류식 소주를 별도로 규정했습니다.

그래서 병 라벨에도 두 가지가 구분되어 표기되었습니다.


2013년 개정 주세법은 두 소주의 세율이 같아 별도로 구분할 이유가 없다는 근거로 희석식 소주를 규정하던 조문을 삭제하고 명칭을 소주로 통합했습니다.

이후 희석식 소주 제품 라벨에서는 희석식이라는 문구가 사라졌습니다.


반면 증류식 소주 업체들은 차별화를 위해 증류식 소주라는 표기를 자율적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즉 지금 라벨에 보이는 증류식 소주라는 문구는 법이 정한 품목명이 아니라 업계 관행에 가깝습니다.


일본 소추는 어떻게 나뉘어 있나

일본은 같은 갈림길에서 반대 방향을 택했습니다.

주세법이 증류 방식별로 품목 자체를 분리해 두고 있습니다.


연속식과 단식

연속식 증류기로 내린 알코올분 36도 미만은 연속식 증류 소추, 그 외 증류기로 내린 45도 이하는 단식 증류 소추로 분류됩니다. 2006년 주세법 개정 이전에는 각각 소추 갑류와 을류로 불렸습니다.


연속식 증류 소추는 한국의 희석식 소주와 성격이 같습니다.

무미무취에 가까워 츄하이나 매실주의 베이스로도 쓰입니다.


본격소추와 아와모리

단식 증류 소추 중에서도 일정 요건을 충족한 것만 본격소추로 표시할 수 있습니다.

요건은 누룩을 사용할 것, 곡류나 서류 등 정해진 원료를 쓸 것, 단식 증류기로 증류할 것, 그리고 물 외의 첨가물을 일절 넣지 않을 것입니다.


첨가물 금지 조항이 한국과 가장 크게 갈리는 지점입니다.

한국의 증류식 소주는 주정이나 감미료를 섞어도 증류식 소주로 표기하는 데 법적 제약이 없습니다.


단식 증류 소추 가운데 흑국을 사용한 오키나와 소추에는 아와모리라는 별도 명칭이 붙습니다.


원료에 따라 향의 방향이 달라진다


지리적표시

일본은 소추에도 원산지 보호 제도를 적용해 왔습니다.

1995년 6월에 이키, 구마, 류큐가 지정되었고, 2005년 12월에는 사쓰마가 추가되었습니다.

각각 보리, 쌀, 아와모리, 고구마를 대표하는 산지입니다.


한국과 일본의 제도 비교

항목한국일본
법적 품목 구분2013년 개정으로 소주로 통합연속식과 단식을 별도 품목으로 유지
도수 기준별도 구분 없음연속식 36도 미만, 단식 45도 이하
첨가물 규제증류식 소주에도 주정과 감미료 첨가 가능본격소추는 물 외 첨가물 금지
과세 방식종가세 72퍼센트종량세
지리적표시지역 브랜드 중심이키, 구마, 류큐, 사쓰마 등 국가 지정


과세 방식의 차이는 시장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종가세는 원가가 오를수록 세금이 비례해 늘어나므로, 좋은 원료를 쓰고 오래 숙성할수록 세 부담이 커집니다. 프리미엄 제품을 만들수록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구조입니다.


종량세인 일본은 용량과 도수를 기준으로 세금이 정해지므로, 품질을 올려도 세금이 따라 오르지 않습니다. 고급화 전략을 택하기에 유리한 환경입니다.

이 차이는 술의 맛이 아니라 산업 구조에 관한 문제입니다.


라벨에서 제조 방식을 확인하는 순서

품목명만으로는 구분이 어려우므로 뒷면 원재료명을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1. 제품명 근처에 증류식 소주 표기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없으면 희석식 제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2. 원재료명에 주정이 적혀 있는지 봅니다. 주정이 들어 있으면 증류 원액에 주정을 섞은 제품입니다.
  3. 감미료 표기를 확인합니다. 스테비올배당체, 효소처리스테비아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4. 원료 곡물을 확인합니다. 쌀, 보리, 고구마 중 무엇을 썼는지에 따라 향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5. 증류 방식 표기가 있다면 상압인지 감압인지 확인합니다. 표기하지 않는 제품도 많습니다.
원재료명 한 줄에 제조 방식이 드러난다
    원재료명이 곡물과 물만으로 구성된 제품이 순수한 단식 증류 원액에 해당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질문 1. 증류식 소주가 비싼 이유는 무엇인가요.
원료비와 공정 부담이 크고, 종가세 구조상 원가가 오를수록 세금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두 요인이 겹쳐 가격 차이가 벌어집니다.

질문 2. 증류식 소주인데 원재료명에 주정이 있으면 잘못된 제품인가요.
표기 위반은 아닙니다. 

증류 원액에 주정을 섞은 제품이며, 현행 제도에서는 문제가 없습니다. 

원액만 담긴 제품을 원한다면 원재료명으로 걸러내면 됩니다.

질문 3. 지역 특산 증류주는 모두 증류식 소주인가요.
아닙니다. 

과일 증류 원액을 쓴 제품 등은 주세법상 일반증류주로 분류됩니다. 

지역 특산주라는 표현과 주종 분류는 별개입니다.

질문 4. 일본 소추와 한국 소주 중 도수가 높은 쪽은 어디인가요.
일본은 단식 45도 이하, 연속식 36도 미만이라는 상한이 품목 정의에 들어 있습니다. 

실제 시판 제품은 일본 본격소추가 25도 전후, 한국 희석식 소주가 16도 전후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질문 5. 일본에서는 왜 소주가 아니라 쇼추라고 발음하나요.
한자 표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불사를 소에 술 주를 써서 燒酒로 적지만, 일본은 여러 번 빚은 진한 술을 뜻하는 酎를 써서 焼酎로 적습니다. 

일본어에서 酒의 음독은 슈, 酎의 음독은 추여서 현지 발음은 쇼추가 됩니다. 

酎의 한국 한자음도 주이므로 한국식으로 읽으면 결국 소주가 되는데, 우리 소주와 구별하기 위해 현지 발음을 살려 부르는 관습이 자리 잡았습니다.

✅ 마무리

고르는 기준을 알면 같은 값으로 다른 술을 마실 수 있다

희석식 소주는 주정에 물과 감미료를 더한 술이고, 증류식 소주는 술덧을 단식 증류기로 내린 술입니다.


2013년 주세법 개정으로 두 소주는 법적으로 소주 하나로 통합되었으며, 라벨의 증류식 소주 표기는 업계 자율 표기입니다.


일본은 증류 방식별 품목 구분과 본격소추의 첨가물 금지 요건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판단이 필요한 부분은 과세 방식입니다.
종가세와 종량세 중 무엇이 적절한지는 세수와 산업 육성 사이의 정책 판단이며, 현재도 논의가 이어지는 사안입니다.


다음에 소주를 고르실 일이 있다면 뒷면 원재료명 한 줄만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같은 이름 아래 전혀 다른 술이 들어 있습니다.


즐겨 드시는 증류식 소주가 있다면 댓글로 남겨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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